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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놓치면 실명…‘망막혈관폐쇄’, 극복 가능성 열렸다

망막은 우리 눈에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뇌에 전달하는 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백만 개가 넘는 시신경세포, 1억 개가 넘는 빛감지세포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몸에서 가장 정교한 조직이기도 하다.망막 내에는 동맥, 정맥, 미세혈관 등이 존재하는데, 이들 혈관이 막히면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시력 감소, 상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태를 ‘망막 혈관 폐쇄’라 한다. 망막 혈관 폐쇄는 흔한 시력상실 질환으로 최근 인구의 고령화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 증가 등으로 인해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망막 혈관 폐쇄는 아직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현재 시행되는 안구 마사지나 전방천자는 효과가 미미하며, 원인이 되는 혈전을 제거하는 혈전 용해술은 합병증 위험이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폐쇄된 혈관을 회복시키는 혈관 확장제를 개발해 망막 혈관 폐쇄 질환의 극복 가능성을 열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의생명연구소 중개의과학연구단)·unist 화학과 조재흥 교수·kaist 화학과 백무현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폐쇄된 혈관을 회복시키는 혈관 확장제 개발에 성공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철-일산화질소 복합체…동물모델서 효과 확인연구팀은 망막 혈관이 폐쇄된 소동물 모델에 새롭게 개발한 ‘철-일산화질소 복합체’ 기반의 치료제를 주입한 결과, 폐쇄된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 흐름이 성공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그간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증가시키는 일산화질소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연구되고 있었지만, 자발적인 분해가 일어나는 일산화질소의 불안정한 특성을 조절하기 어려워 치료제로 사용하기엔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이산화질소에 철을 합성한 ‘철-나이트로실 복합체’ 기반의 치료제를 새롭게 개발했다. 해당 복합체는 빛에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치료제를 눈에 주입한 뒤 빛 조절을 통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위치에만 일산화질소를 공급할 수 있다.연구팀은 새로운 치료제를 망막 혈관이 폐쇄된 소동물 모델의 눈에 주입한 뒤, 혈관 및 혈액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망막에 빛을 비춘 지 15분 이내에 망막 혈관 직경이 약 1.59배 증가하고, 망막 혈관이 폐쇄된 비관류 영역의 약 85% 이상 회복돼 혈액의 흐름이 복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혈관 확장제는 빛을 이용해 치료 효과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구에만 국소적으로 치료제를 투약하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 우려 없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임상에서도 적용 가능한 획기적인 치료 전략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켐(chem)’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