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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어느 무기수의 편지)

작성자명이**
조회수636
등록일2018-05-12 오후 3:56:28

어느 무기수의 편지 

 

수년 전에 논산 교도소의 무기수에게서 우리 병원으로 편지가 왔다.

각막을 기증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당시 내가 일하고 있는 조치원 성모안과에서는 2달에 한번 씨앗이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있었다.

잡지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여기에 실린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얻고 도전을 받아한 알의 씨앗처럼 개인적인 꿈과 희망을 꽃 피우고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이 잡지를 내었다.

이 잡지는 전국에 있는 병원과 교도소 등에 보냈는데, 아마도 그 무기수가 씨앗을 읽고 주소지가 안과로 되어 있으니까, 각막을 기증하고 싶다고 병원으로 편지를 보내 온 것 같았다. 나는 각막 기증을 하는 절차를 밟아 드리고 기증 서약서를 교도소로 보내 드렸다.

얼마 후 서약서에 자신이 서명을 해서 답신이 왔는데, 함께 온 편지가 나를 울렸다. 그의 편지에는 자신은 살아서 좋은 일을 해 보고 싶은 것이 소망인데 기증서에 보니까 각막을 기증하는 것이 사후에 기증한다고 되어 있어서 너무 실망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자신의 눈을 기증해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각막은 사후에 기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 사람의 각막을 빼어서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무기수는 내가 사후에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하루하루의 삶의 의미가 과거와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흉악한 죄를 범한 무기수이고,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운명이라 할지라도 하루하루를 사는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은 우리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 삶에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면 그것만큼 비참하고 허무한 것은 없을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삶이 힘들고 벅찰 때가 많지만 조금만 눈을 주위로 돌려보면 우리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은 그래도 있고 나의 작은 힘으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유이고 보람인 것 같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나 자신에게서 눈을 돌려 남을 돌아보고 배려한다면 나의 고난도 극복이 되고 남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역설의 진리인 것 같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무기수에게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