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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사할린 동포)

작성자명이**
조회수913
등록일2017-06-15 오후 11:33:32

사할린 동포 

 

오송에는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저희 병원에도 사할린에서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동포 어르신들이 눈치료를 받으러 한 번씩 오십니다. 나이가 대부분 60대 이상이신 분들이시고 약 80여명이 오송에 사신다고 합니다.

 

사할린 한인 동포의 역사는 우리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역사 속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그림과도 같이 얽히고설킨 역사입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8년 일본은 중국 침략과 태평양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전시체제에 돌입하고, 얼음의 땅 사할린으로 우리 민족을 집단 강제 이주시켜 탄광·비행장 등 군수시설 건설 현장에서 고역을 치르게 합니다.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은 7만여 명에 이르며, 그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극심한 노동을 이기지 못하고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1945년 종전과 함께 강제 동원된 4만여 명의 조선인과 그 후손들은 일본 정부의 무관심과 이후 사할린이 소련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방치되어 역사의 기억에서 점차 멀어져 갑니다. 이후 1990년 한·(현재의 러시아) 수교 이래 한·일 적십자사가 주축이 되어 사할린 한인 조기귀국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1997년부터 2013년까지 2900명의 사할린 한인 1세와 2세들이 전국 19개 지역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 오송도 그 지역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백발이 되어 조국으로 돌아온 그분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임대 아파트를 제공하고, 수급자로 지정하여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역사의 질곡을 보상받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희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도 받으신 한 사할린 동포 할머님은 오실 때마다 러시아제 보드카와 초콜릿을 사 오십니다. 수급자이시기에 치료비를 거의 내지 않으시기 때문에 아마도 미안해서 그러신 것 같긴 한데, 안 사 오셔도 된다고 번번이 말씀드리지만, 고맙다고 하시며 계속 사오십니다. 술은 제가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드리고 초콜릿은 덕분에 맛있게 잘 먹곤 합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대부분 사할린이나 자녀들이 많이 사는 하바로프스키로 가셨다가 가을이 되면 오시는데, 오시면서 사오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실 때마다 자녀들 자랑도 많이 하시고, 우리말이 완전하지는 않으시지만,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가십니다. 다른 분들도 오실 때마다 선물을 사오시는 분들이 많고, 자녀들 이야기 하시는 것을 아주 좋아하십니다. 환자가 없을 때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드리는데, 환자가 많을 때는 빨리 가셔야 하니까 죄송할 때도 많습니다.

얼굴은 우리와 같으시지만, 옷차림이나 말씨가 조금은 러시아 풍이신 그분들을 보면서, 늦게나마 조국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드리려고 저 나름대로는 진료도 더 잘해 드리려고 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드리려고 노력하지만 부족함을 느낍니다.

 

우리나라가 더욱 강해져서 다시는 그런 질곡의 역사가 없었으면 하고,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의 입가에 웃음이 더욱 많아지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