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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경향신문 칼럼(2000년 파업, 2024년 사직)

작성자명이**
조회수10
등록일2024-04-02 오후 11:21:55

2000년 파업, 2024년 사직, 전공의 

전공의에게 협상명분 주는 게 시작이다. 



언론은 2000년 의료계 파업을 ‘의대정원 감축’을 따낸 의사들의 승리로 본다. 당시 전공의 대표단으로, 당시 상황을 기록한 책의 저자로 이런 시각에 대한 침묵은 직무유기라 생각한다. 


1989년 저수가로 전국민의료보험이 시행되었고 수가인상 약속은 20년간 지켜지지 않았다. 의약분업으로 약가 마진마저 없어져 버린 의사들의 쌓인 불만은 끝내 터졌고 개원의들은 3일간 파업했다. 


의사들의 첫 데모에 언론과 정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급기야 대학병원까지 휴진하는 6일간의 ‘의료공황’에 김대중 대통령이 약사법 개정을 약속하며 파업의 서막이 내린다. 


한 달 후 정부의 약속 위반, 의협회장 구속으로 시작된 전공의·의대생들의 독자적 2차 파업은 전공의 대표와 정부의 협상이 길어지며 7월부터 4개월을 끌게 된다. 

11월, 전공의 지도부는 유급과 전문의 시험 거부로 의료시스템 붕괴가 현실화되자 고민 끝에, 정부의 합의안을 내부의 거센 비판 속에 수용하기로 한다. 


전공의 파업 종결 투표날, 유급을 결의한 의대생들은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영영 바꾸지 못한다’는 침묵 피켓시위를 했다. 지명수배까지 당했던 전공의비대위원장은 파업종결 후 학생들에게 복귀를 호소하며 단식을 했다. 전쟁 같은 역사는 그렇게 끝났다. 

개업의들은 몰라도 전공의들은 패자였다. 


당시 수정을 요구했던 잘못된 의료정책과, 근본적인 의료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50대가 된 지금도 여전하다. 


의약분업 이후 필수과 지원자는 더 줄어들었고 의보재정은 더 어려워졌다. 의전원은 이공계 붕괴를 가속화해 다시 의대체제로 돌아왔다. 실손보험 도입과 문재인케어는 의보재정을 더욱 거덜내었다. 의사가 반대했지만 정부가 밀어붙인 이 제도들과 고속철 등장이 일조한 수도권으로 환자쏠림 현상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헬리콥터 서울 이송에서도 보듯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00년과 2024년은 많이 다르다. 핵심은 당시는 파업, 이번은 사직, 이슈는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2000년 전공의는 매일 집회를 했고, 전임의와 교수들이 병원을 지키며 사실상 동조했다. 

2024년 전공의는 정부의 단체행동 처벌로 뿔뿔이 사라져 사실상 지도부가 없는 상황이다. 

2020년 공공의대 설립 반대 때 전면 파업한 전공의들이 막판 협상에서 배제되면서 의협과의 신뢰에도 금이 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이번 의협, 교수들의 중재가 먹히지 않는 요인이 되었다.


정부의 낙수효과 언급은 자부심과 보람으로 선택한 필수과 전공의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파업은 복귀를 전제하나 사직은 떠나는 것이다. 사직 전공의, 전임의는 각자도생할 것이다. 홀로 된 지친 교수들의 사직은 대학병원 파산, 대량유급,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 입시 혼란, 이공계의 공멸은 덤일 것이다. 


정부는 2000년 의료시스템 붕괴는 막자는 전공의 지도부의 피눈물 나는 파업 종결 결정을 복기하며, 현재의 심각성을 바라보길 소망한다. 


전공의대표가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 있는 명분과 법적 보호가 해결의 출발이라 생각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사들은 여전히 투쟁에 미숙하지만 세대는 완전히 다르다. 


의료개혁은 단시간에 숫자와 신념만으로 이룰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의사들이 배제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가 부러워한 가성비 최강 의료강국이 한 달 만에 이렇게 되었다. 2014년 에볼라 파견의사 10명을 뽑는데 35명이 지원해 정부가 놀랐다. 일부 몰지각한 의사를 부각시키기보다 의사들의 사명감과 명예를 회복시켜 주길 언론과 정부에 호소한다. 


이종훈

의사,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 저자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40402202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