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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남지 9월호 (라스트 세션)

작성자명이**
조회수60
등록일2020-09-04 오후 10:41:05

프로이트 Vs 루이스

- 대학로 연극 라스트 세션후기 -



최근에 본 라스트 세션연극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연극배우 2명만 달랑 나와 90분 동안 대화(대부분 신의 존재를 놓고 벌이는 논쟁)만 주고받는 재미없을 것 같은 연극이 대학로 연극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보기에 관객들의 반응으로 판단하건데 비신자가 더 많은 듯 했다는 것입니다. 스타배우 때문만은 아닌 듯하고 비신자에게도 신의 존재는 초유의 관심사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9/13일까지 공연된다고 하는데, 연장될지는 모르겠습니다.


S. 프로이트(오스트리아, 1856~1939)C. S. 루이스(영국, 1898~1963)의 가상의 대화.

프로이트는 정신과 의사로 정신분석학을 탄생시키며 아인슈타인과 동급으로 취급받는 과학적 거물인 한편, 의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교육학, 법학 등 20세기에 가장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사후 80년이 되도록 그의 명성만큼이나 비판과 논쟁도 함께 커져 온 인물이기도 합니다. 마치 다윈처럼.

다윈과 프로이트는 19, 20세기를 대표하는 학문의 아이콘이지만 슬프게도 무신론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다윈은 무신론의 생물학적 토대를, 프로이트는 정신적, 종교적 토대를 쌓았고, 과학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주류 의견입니다.

루이스는 일반인들에게는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옥스퍼드의 유명 영문학 교수로 또한 최고의 작가로 그리고 20세기 가장 유명한 이성에 기초한 신앙 옹호자로 유명합니다. ‘예기치 못한 기쁨’, ‘순전한 기독교등 저명한 신앙서적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나니아 연대기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쓰인 기독교적 세계관이 넘쳐흐르는 소설입니다. 루이스의 절친이었던 톨킨도 루이스에 많은 영향을 받아 역시 판타지소설을 썼는데 바로 반지의 제왕입니다.


이 연극은 영적 세계관의 대표주자인 루이스와 무신론적 세계관의 대표주자인 프로이트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무신론자들이 보기에는 프로이트가 이겼다고, 신자들이 보기에는 루이스가 이겼다고 생각될 수 있게 연극은 묘하게 진행됩니다.


두 사람 모두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표주자로 선정이 된 듯한데, 시종일관 신의 존개를 놓고 격론을 벌입니다. 가령 프로이트가 인생의 말년에 그를 괴롭힌 구강암의 고통을 호소하며 신이 있다면 왜 이런 고통을 만들겠느냐라고 하면 루이스는 평온할 땐 신을 찾지 않는다. 고통은 신께 가는 통로다라고 반박합니다.

제가 의과대학에서 프로이트에 대해 배울 때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는 성적인 욕구는 출생 때부터 시작되고, 이런 성적 욕구(리비도)가 모든 행동의 원천이다라고 주장했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논란도 많고 비판도 많습니다. 저는 의사로서 그의 이론에 많은 부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종교를 대중망상으로 주장하며, ‘강박 신경증을 가진 자들이 종교를 가지고, 종교적인 체험이나 회심을 환각성 정신이상으로 진단합니다.


그가 주장한 전이(transference)이론은 요즘도 정신과에서 임상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가령 아버지의 권위에 대해 갖게 된 감정을 현재의 권위 있는 인물(가령 하나님)에 전이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아버지의 대체자로 보고 아버지의 권위가 깨지는 청년기부터 종교적인 믿음을 잃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은 체험적인 이론인데 프로이트는 히브리어로 구약성경을 읽는 독실한 유대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청년의 때 신앙을 버립니다. 그리고 그는 40대 아버지의 3번째 부인(당시 10)의 아들로 태어나 그의 대표이론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만들어 냅니다.


루이스도 9살 때 아픈 엄마를 낫게 해 달라는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어머니가 사망하고, 어린 나이에 기숙학교에 보내지면서 기독교 신자였던 아버지와 소원해졌고, 또 이교의 신들을 소개한 선생님을 만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신앙을 버리고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차츰차츰 신앙으로 돌아왔고, 30세가 넘어 완전히 회심합니다

 

프로이트는 성적(생식기의) 사랑이 가장 강한 만족감을 주며 모든 행복의 원천이며 성적인 것을 비밀스러운 것으로 만들지 말고 초등학교 끝 무렵부터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현재 교육학에서도 그의 이론을 수용해 적용하는 면이 있습니다. 반면 루이스는 육체적 세상적 쾌락이 얼마간의 황홀감을 누리게는 하지만 결코 우리를 완전히 만족시켜 주지 않는다.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두면 세상적인 사랑과 쾌락을 포함하여 다른 모든 행복이 증대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논변이 결코 신의 존재를 증명하진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이 그들의 견해가 진실하고 신뢰할 만한 것인지는 예리하게 대변해 줄 뿐입니다.

프로이트는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리며 대인관계가 좋지 않게 살다가 마지막에는 주치의를 통해 안락사를 택해 자살합니다. 2006년에는 세간의 소문이었던 처제와의 불륜이 주고받은 편지가 공개되면서 사실로 드러나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루이스는 회심 후 이전의 염세주의와 우울증이 낙천적인 명랑함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는 무신론적 프로이트의 논변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공하는 불후의 저술들을 남깁니다. 그는 60세가 다 되어 골수암을 진단받은 이혼녀와 결혼한 후 더욱 행복해했고, 죽는 순간까지 유머를 잃지 않았고,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그의 결혼 이야기는 1993<샤도우랜드> 라는 영화로 만들어짐. 루이스 역은 앤소니 홉킨스).


현재 정신과 치료의 주류는 약물치료로 전환된 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의한 치료는 점점 더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는 여전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정신치료의 아버지입니다. 무신론자인 프로이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정신의학 분야는, 아직도 신앙적인 정신현상을 '자기최면'으로 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루기를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의사들 중에도 신앙인이 많고, 루이스와 같은 '회심'을 경험한 의사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무신론이 학문의 주류를 이루고, 오류에 빠지기 쉬운 피조물(비윤리적인 신자이던, 부도덕한 성직자이던)의 행동을 근거로 하나님을 개념화하거나 판단하는 혼란의 시대입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교회가 공격당하는 이때 누군가는 프로이트의 선택을 할 것이고, 그에게 이 팬데믹은 구원의 기회를 놓치는 라스트 세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성과 논리만으로 하나님을 믿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기는 쉬울 것입니다.


루이스의 마지막 대사로 맺을까 합니다. “하나님은 도처에 보물찾기처럼 숨어서 존재하신다루이스와 우리는 그 보물을 찾았고, 프로이트는 그 보물을 찾지 못했습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저는 과학문명이 어찌할 수 없는 신의 존재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고통속의 욥에게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주신 처방은 설명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항복이었습니다.

또한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삶, 바로 삶 자체가 그들이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전하듯이, 우리의 삶 자체가 우리 주위 많은 소중한 사람들의 치명적인 선택을 결정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 이 연극은 2004년 하버드 정신과 교수가 그의 강의록으로 쓴 책 루이스 Vs 프로이트(니콜라이, 홍성사)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제가 20082월호 새로남지에 소개한 책이지만 현재 절판되어 e-book 으로만 구매 할 수 있고 이 글의 상당부분은 그 책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