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영웅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뒤에는 진짜 영웅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러시모아산 허리에는 4명의 거대한 대통령 두상이 조각되어 있다. 그곳에서 27km 떨어진 곳에 대통령상에 비할 수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메리카 인디언의 전설적인 영웅 타슈카 위트코(성난 말)의 조각상이 지금도 만들어 지고 있다.

러시모아산 부근 바위산은 전통적으로 인디언이 살던 지역으로 인디언들의 성지였다.

러시모아의 대통령 조각이 마무리 될 무렵에 조각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는 어느 인디언 추장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백인들에게 영웅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영웅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우리의 영웅은 ‘티슈카 위트코’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올코브스키는 비극으로 끝나버린 영웅의 일대기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고 그를 조각하기로 결심한다. 1948년 6월 대통령 조각상이 있는 곳에서 27km 떨어진 곳에 산 하나를 통째로 깎아 세계 최대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완성까지 최소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 한다.

1840년에 태어난 타슈카 위트코는 23세가 되던 1863년 수우족의 수렵 구역에 침입한 백인들을 물리치며 이름을 떨치게 된다. 이후 그는 수우족 연합의 대 추장으로 추대된다. 특별히 그는 1868년 미 제 7기병대와 리틀 빅흔 전투에서 미국의 영웅이었던 존 커스트를 죽이고 대승하므로 수우족의 전설적인 영웅이 된다. 그러자 미국은 치욕스런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인디언 지역에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1877년 9월 5일 장렬하게 전사하여 동료 인디언들의 송가를 들으며 블랙 힐스의 땅 ‘운디드디’에 묻힌다.

1953년 5월 29일 11시 30분, 당년 34세의 뉴질랜드 국적의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와 세르파 39세 네팔 국적의 텐징 노르가이(1914~1986)가 세계 최고봉인 해발 8,848m 에베레스트 정상에 인류 최초로 섰다. 힐러리는 단연코 세계적인 영웅이 되었다.

힐러리는 누가 먼저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오랫동안 “우리가 함께 올랐다.”고만 말했다. 힐러리가 3미터쯤 앞서 정상을 밟았다는 사실은 텐징 노르가이 사후 22년 뒤인 1986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은 텐징 노르가이가 정상 바로 밑에서 30분이나 힐러리를 기다렸다가 그에게 첫 정상 등정의 기회를 양보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텐징은 “대지의 여신이여,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다시는 그 산을 오르지 않았다.

2018년은 말없는 충견(忠犬)같은 진짜 영웅들이 알려지고 대접받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