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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새로남지(초코파이)

작성자명이**
조회수1979
등록일2009-05-11 오후 3:57:23

'초코파이'


나는 10년 넘게 의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물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의사로써 받은 첫 번째 선물인 '초코파이' 다. 강남성모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할 때 나는 류마티스 내과를 제일 먼저 돌았다. 알다시피 인턴은 한 달마다 과를 바꾸면서 의사로서의 가장 말단 일을 하는 의사다. 인턴은 사실 독자적인 판단으로 치료를 할 기회는 거의 없다. 대부분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의 오더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의사는 의사인데 환자들도 그렇고 보호자들도 인턴선생을 의사로써 그렇게 잘 인정해 주질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처음 입문하는 만큼 그 어떤 의사들보다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한 의사로서의 초심에 가장 충실한 의사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의사로써 흰 가운을 입고 첫 번째 환자를 대할 때의 감동, 아니 전율은 이후에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첫 달 인턴을 돌때의 16세 소녀 환자를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그 소녀의 병명은 '루푸스' 였다. 머리까지 전이가 되어 의식을 잃은 채로 간신히 보조기구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매일매일 그 소녀의 환부를 소독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 소녀의 보호자는 할머니였는데 중환자실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거의 하루종일을 보내셨다. 중환자실은 면회시간에만 보호자들의 면회가 허락되기 때문에 할머니는 병실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머리가 조금 벗겨진 나를 상당히 높은 교수님으로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았고, 항상 나에게 손녀의 상태를 물으셨다. 자연히 그 할머니와도 친해져서 파리한 안색의 소녀와 그녀를 지켜보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그 시절 그렇게 나를 따라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레지던트 선생님과 교수님들이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소녀의 마지막 길을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소녀는 눈을 감고 말았다. 그 때 나는 어린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움과 할머니의 먹먹한 심정이 피부로 느껴져 눈물을 훔치고야 말았다. 손녀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할머니는 나에게 '초코파이'를 쥐어 주셨다. "의사 선상, 고생 많았소" 차분한 그 모습이 오열을 터트리는 것보다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두려움과 보람, 감사가 뒤섞인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의사로서의 경력이 쌓일수록 점차 흐려졌고 환자를 볼 때의 감격이나 기쁨은 점차 흐려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사라면 그러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보듬고, 항상 타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추슬러야 한다. 때로는 크고 작은 의료사고로 말미암아 의사의 본분에 대해 고민하고 태도를 바로 잡게 되기도 한다. 신앙생활도 그런 것 같다. 신앙생활의 타성에 빠져서 주님 사랑에 대한 감동을 잊게 되고 슬금슬금 습관화 되어가는 신앙생활에 감격은 사라지게 되기도 한다. 물론 고난의 파도를 넘으면서 처음 사랑을 회복하기도 하지만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회복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어떤 매개체가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인생에서 신앙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찍은 사진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있다. 내가 신앙의 타성에 빠지거나 세상적인 근심으로 주님과 멀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 그 사진을 보면 많은 회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초코파이'를 보면 그 때 그 소녀와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의사로서의 처음 보람과 감동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초코파이'는 너무도 소중한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