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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신문(2013년 9월9일)

작성자명이**
조회수1714
등록일2013-09-09 오후 12:56:03

아들과 함께 한 탄자니아 여행


아빠는 왜 있는 거지? 엄마가 있어서 좋다/나를 예뻐해 주어서/냉장고가 있어서 좋다/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강아지가 있어서 좋다/나랑 놀아 주어서/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았던 시라고 한다. 이 글에 어떤 아빠가 댓글을 달았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해서 나를 있게 해주고,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주고, 강아지를 사 주었지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다시 아빠에게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지난 8월 1일부터 9일까지 중1 아들과 함께 탄자니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 탄자니아 선교사로 계신 것이 인연이 돼 귀한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탄자니아로 가는 길은 직항은 없었고, 자정 즈음에 인천을 출발하는 카타르항공으로 도하를 경유해 탄자니아의 경제수도 다르에르살람을 거쳐 킬로만자로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약 20시간이 걸렸다. 탄자니아는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해 8월은 겨울이었고 건기철이었다. 물론 겨울이라도 낮에는 더웠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했고, 킬로만자로 산 근처는 겨울 파카를 입기도 했다. 탄자니아의 의료수준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우리가 들어간 지역에는 안과의사를 처음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돋보기도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다. 가는 길에 병원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구경도 했다. 킬로만자로 산 입구에 있는 200베드 정도의 제법 규모 있는 병원이 있었는데, 병원 위생이나 의료환경이 상당히 열악했다. 카라투는 탄자니아에서도 시골인데, 거기에 미국 마취과 의사가 직접 진료하는 자선병원이 있어서 돌아봤는데 진료실·수술실·검사실·스텝 숙소 등 시설이 상당히 훌륭했다. 자선재단이 세운 병원이었고, 현지인 의사 6명과 함께 진료하고 있었다. 의사로서 이런 곳에서 일을 해 보는 것도 종교적인 소명감이 아닐지라도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늘어가는 한국보다도 오히려 보람을 느끼고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사실 조금 들었다. 그곳에서 머물면서 현지인과 마사이 부족을 대상으로, 아들은 주로 돋보기를 나누어 주는 일을 했고 나는 진료를 보며 약을 나눠줬다.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킬로만자로 산 아래에서 'KIMEMO'라는 유명 커피 브랜드 제조를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중년의 영국 여사장을 샵에서 만나 본인의 안과 질환을 상담해 주고 안약도 주었는데, 안과의사 진료를 처음 받는다며 'amazing'을 연발했고 커피값도 깎아줬다. 아들도 덩달아 자랑스러워하며 함께 사진도 찍었다. 봉사를 마치고 아들과 함께 만년설의 킬로만자로를 구경하고 야생의 세렝게티에서 사파리를 하고,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인도양의 잔지바섬을 여행하는 호사도 누렸다. 귀국 때는 케냐 나이로비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동부 아프리카 최대의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김포공항보다 작은 그 곳은 큰 불이 나 폐쇄됐다가 마침 우리가 출국하는 날 이틀 만에 문을 열었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공항에 몰려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 그 와중에 아들이 배탈이 나 설사가 멎지 않는 바람에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악몽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일도 추억이 될 것 같다. 대부분 토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의사아빠를 둔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감은 어떨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아니 중고등학교까지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여성인 현실에서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는 무척 소중할 것이다. 소위 말하는 남자다움과 권위에 대한 인정, 이런 것들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아들을 키우는 아빠의 한사람으로 책임감을 느낀다. 대진도 없이 열흘 동안 병원을 비우고 아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을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또 아이와 열흘 동안 여행을 했다고 뭐가 바뀌겠나 싶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족여행도 좋지만, 부자간 또는 모녀간의 여행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2016년에도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