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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을사년, 뱀의 해)

작성자명이**
조회수224
등록일2025-01-07 오후 11: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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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로고.jpg

을사년, 뱀의 해.

 

2025년은 육십갑자에 따른 ‘푸른 뱀’의 해 을사(乙巳)년이다. 육십갑자는 중화권의 전통적 나선형 달력법인데, 십간과 십이지를 순서대로 조합해 총 60개 해가 번갈아 돌아온다. 이전 을사년은 1965년, 1905년이었다. 일제에 의한 우리나라의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의 강렬한 기억 탓에 을사년이란 말이 을씨년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스산하고 두려운 분위기'의 뉘앙스를 지닌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은 1905년 을사년에 일어난 을사조약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다음 을사년인 1965년에는 한일청구권협정이 이뤄지며 국교를 회복했다. 일본의 식민 지배와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측 배상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3억 달러의 보상금과 2억 달러의 차관을 받고 국교를 정상화한 협정이다. 이래저래 일본과의 악연이 얽혀있는 을사년에 또 일본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오겐끼데스까” 라는 전설적인 대사를 남긴 1995년 제작 일본 영화 ‘러브레터’가 올해 1월 1일 30주년 기념으로 다시 극장개봉된 것을 볼 때 올해는 마침내 좋은 인연으로 얽힌 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25년마다 돌아오는 희년(禧年·jubilee)이기도 하다.

고대 히브리 전통에선 이스라엘 백성이 50년마다 희년축제를 열었다. 그 기간엔 노예와 죄수가 해방되고, 빚이 탕감되고 빼앗긴 토지를 돌려주는 등 하나님의 특별한 자비를 누렸다. 15세기부터 가톨릭교회가 “모든 세대가 최소 한 번은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주기를 25년으로 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뱀을 사악하고 징그러운 이미지로 여기는데, 유럽 문화의 뿌리가 되는 헬레니즘에서는 뱀을 숭배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심벌은 뱀이 꽈리를 튼 지팡이이고, 과학의 신 헤르메스의 심벌은 날개 달리고 뱀 두 마리가 휘감겨 있는 홀이다. 세계보건기구 WHO와 대한의사협회의 심벌이 각각 그것을 차용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유럽문화의 또 다른 큰 줄기인 이스라엘 중심의 헤브라이즘에서는 기본적으로 동물숭배가 없다. 특히 뱀은 이브를 속인 사악한 동물로 나오지만, 구약성경에 보면 모세가 놋쇠로 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았는데, 광야에서 뱀에 물린 사람들이 그 놋뱀을 보기만 해도 치유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너무나 어수선한 분위기로 출발한 2025년 이지만 어찌되었건 이번 을사년에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랄 뿐이다.